☞ 이 글은 이츠대전TV 블로그 작가단의 글입니다. 대전시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글쓴이 : 김병호 시인>
문화의 60년, 60년이 문화
사람의 나이로 치면 환갑을 맞은 대전중구문화원은 원도심의 중심인 대흥동에, 대전고등학교와 마주하고 있다. 이곳이 대전 문화의 중심지라고 말하는 플래카드와 포스터들이 먼저 눈에 든다. 크고 작은 문화행사들을 알리고 있는 선전물들이 다채로운 색으로 어울려 있는 풍경은 바로 문화의 봄이 다가왔다는 신호 같았다. 1층에 위치한 두 개의 전시실은 60주년을 기념하는 미술 전시로 풍성했고 그보다 먼저 문화원의 환갑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눈에 띄었다. 이때 바쁘게 문화원을 나서는 조성남 중구문화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시립미술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문화원을 나서는 길이었지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의 소매를 붙들어야 했다.
“하나의 기관이 60년이라는 세월을 지켜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집니다. 문화를 전파하는 기관으로 존재의 이유와 함께 역사성을 가지는 것이지요. 60년을 한결같이 대전문화의 뿌리로 성장하면서 문화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중구문화원이 60주년을 맞이하는 때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도 큰 영광이지요.”
대전중구문화원의 역사는 바로 대전 문화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 출발이 1953년 4월 25일이라는 사실이다. 전쟁의 끝자락에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폐허뿐인 벌판에 작게 문화의 싹을 뿌리기 위해 대전문화원을 설립한 것이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운영했던 공보원을 인수했어요. 그때 시설과 함께 도서를 비롯한 많은 자료를 같이 받았고 이것을 기반으로 대전문화원이 출범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범한 문화원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문화와 예술에 육성하기 위한 기관으로 문화원이 출범한 것은 대전문화원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라고 힘주었다.
지역민에게 더 가까이
대전문화원은 시작과 함께 많은 문화 활동을 지원함과 이를 전파하고 전통문화 지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전후의 폐허 속에서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갈증은 식지 않았죠. 대전문화원이 문을 열자 많은 예술가들이 문화원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화가들에게는 전시장의 역할을 했고 음악가들에게는 연주회의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일반인들은 문화원에서 영화를 접할 수 있었고 신문과 잡지 등, 시대를 읽는 창구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죠.”
이렇듯 대전문화원은 전국 최초의 문화원이자 근대 역사와 맞물린 개발의 역사를 몸에 담고 있다. 또한 열악한 문화 환경에서 문화 예술적 욕구를 풀어주는 일과 함께 대전이라는 특수성을 잘 드러내는 현장이기도 했다.
대전문화원은 초창기 선화동에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다가 1980년 문화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2009년에는 대흥동 현재의 위치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이런 공간적 변화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변화를 거듭해왔다.
대전과 충남을 아우르는 문화원으로 긴 시간 동안 역할을 수행해오던 중,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구에 새롭게 문화원이 신설되기 시작하자 기능을 분화해 나누어주고 대전중구문화원으로 새로운 간판을 달았다. 이와 동시에 지역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가까운 문화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세를 바꾸었다. 그렇게 기능은 분화했으되 대전문화원 때부터 이어진 정통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지금은 대전에 여러 문화시설이 많이 있죠. 시립예술단, 연정국악원, 문화예술의 전당, 시립미술관 등 많은 문화기관으로 세분화되어 문화적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원은 자연스럽게 지역의 생활문화예술을 위한 역할로 바뀌어왔습니다.”
현재 중구문화원은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40여 개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밀착형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함과 동시에 문화원이 가지는 역사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미공보원 시절에 지역민들에게 영화 상영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상영했던 필름들, 그리고 그 시절의 도서자료들도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요. 50~60년대의 팸플릿, 대전에 관련된 사진 자료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역사적 사료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귀중한 자료가 많죠. 그 자료들을 정리해 가을에 전시회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전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사료집을 준비하고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는 전언이었다.
원도심의 중심에서 미래를 보다
“1980년대까지는 젊은이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뿐 아니라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원도심이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 손잡고 따라나섰다가 중앙시장에서 길을 잃었던 추억도 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은행동의 다방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튀김센터에서 막걸리도 마시고, 그런 추억이 많이 있어요. 대전에서 생활한 사람이면 대부분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조성남 원장이 원도심과 함께한 추억을 말하는 데에는 원도심 활성화에 관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구문화원이 가지고 있는 큰 키워드 또한 원도심 활성화이다.
“지금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대전시나 중구청에서는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즉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거죠. 우리 중구문화원에서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지요. 물론 연극, 음악, 미술, 작가 등 많은 예술가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구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이런 노력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문화적인 것, 정신적인 것들이 문화원의 사명입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여러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제1회 칼국수축제, 효문화뿌리축제, 전국민속경연대회 등이 그것이다. 이중 칼국수축제는 올해 처음 열리는 축제로 5월 24일과 25일,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중구청이 주최하고 중구문화원이 주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대전역을 중심으로 원도심 일대가 밀가루 집결지였습니다. 밀가루가 모이니까 그것으로 음식도 만들어 먹고 또 밀가루로 품삯을 지불하기도 했어요. 자연스레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이 성행했죠. 칼국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은 이렇습니다.”
대전과 충남에 다양한 칼국수가 존재하는 점에 착안해 축제를 만든 것이다. 축제는 칼국수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따라 주제를 정하고 섹션별로 칼국수 썰기, 요리경연대회, 칼국수 체험, 통밀과 밀가루 체험 등, 일반인들이 다양하게 칼국수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문화원의 이러한 활동은 문화적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실례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문화도시와 문화자원
“우리가 대전을 어떤 도시를 만들어나갈 것이냐. 하는 좀 더 큰 문제를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중구문화원의 방향도 이런 고민에서 출발할 때 올바른 시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대전을 문화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고 있고요.”
조성남 원장에게 듣는 문화원의 미래는 큰 그림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문화도시가 되려면 문화자원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대전의 원도심이야말로 문화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뿌리공원, 옛 충남도청, 대흥동, 그 외 근대성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 등, 원도심이 가지고 있는 근대문화재를 잘 활용하고 그 문화적인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존과 개발이 잘 조화되고 그 의미를 확장하면 문화도시로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이츠대전TV '대전원도심이야기' 취재블로거 김병호 시인('과학인문학', '포이톨로기' 저자)
원본 콘텐츠 : 대전시인터넷방송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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